누구(아리스토텔레스)는 경이가 철학의 출발점이라 하고,
누구(데카르트)는 신이 모든 인간에게 하사하사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성을 제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알 수 있는 영원 진리와 그로부터 도출되는 바로 설명되는 바, 그런 한에서 신이 창조한 세계에 그 자체로 경이라 할 만한 것은 없으며 무언가 경이롭게 여겨진다면 그것은 반드시 합리적 설명에 종속될 수 있고 있어야 한다고 하고,
누구(디드로)는 경이는 다만 무지의 소치라 하며,
또 누구(베르그손)는 말하자면 "잘못 놓여진" 경이 때문에, 즉 대수롭지 않은 사실을 대수롭게 여기고--왜 모든 것이 없지 않고 있는가, 왜 무질서가 아니라 질서가 있는가 등등--, 정작 경이롭게 여겨야 할 부분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까닭에 철학의 많은 문제들이 오도되었다고 한다.
누가 누가 옳을까 내기 내기 해보자...기 보다는, 데카르트를 읽다가 문득 자성 혹은 항변의 필요성이 느껴져서. 나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게 경이롭고 신비롭고 의문투성이인데 이는 다만 내가 아직 미몽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인가? 현재 상태가 미몽인지 계몽인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현재의 그 상태에 변화를 가하려는 부던한 노력이 중요하다. 한편으로, 언젠가부터, 합리주의적 신념을 저버리고 신비는 그저 신비 상태로 두자는 신비주의 성향을 키운 것은 아닌지 반성. 지적 나태는 아무리 탓하고 나무라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