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ernal Sunshine... 에서 커스틴 던스트가 맡은 메리는 바트렛 명언집의 구절들을 외우고 다니는데, 그녀가 인용한 것이 포프의 시와 니체의 <선악을 넘어서>다. 다음은
http://www.imdb.com/title/tt0338013/quotes>http://www.imdb.com/title/tt0338013/quotes 에 가보세요.
근데 이 영화, 생각해 보면 볼수록 재밌군요. 특히 철학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구석구석에서 재밌는 요소들을 한 바가지 찾아낼 것 같습니다 (뭐, 문학하는 분들도,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전설적 로맨스에 대한 영화적 해석이라고 좋아하실 수도). 우선 기억이나 정체성과 같은 고전적인 철학 주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구요. "나는 너다", "그가 나의 아이덴티티를 훔치고 있다"와 같은 대사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철학 수업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대사만큼이나 자주 인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밖에도, 예를 들어 니체의 이 구절은 영화에서 두 번씩이나 언급되는데요, 전 그걸 보면서 영문판 니체전집의 편집자인 카우프만과 시나리오를 쓴 찰리 카우프만이 어떤 관계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더랬지요. 뭐 그건 사소한 부분이고, 굳이 니체가 언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영화의 핵심어인 "망각"이 니체 전공자들의 흥미를 끌지 않았을까 해요. 한 영화 포럼을 봤더니, 실제로 니체로 논문을 쓰는 철학 강사가 수업 시간에 이 영화를 가지고 니체에게 있어서의 "망각"을 설명했다고 해요. 초인에 이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의 능동적 망각, 그리고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의 범인/일상인(니체가 현대인을 가리켜 부르는 용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였지요?)의 전유물인, 과거의 향수에 갇힌, 의지가 결여돼 있는 수동적 망각. 이 강사는 후자의 예로 아멜리를 들었다네요. 헉.
어쨌든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