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이다. 이렇게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오는데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날짜나 시간 가는 데에 무심한 것과 무감한 것의 차이. 난 대체로 무감하나(워낙 둔하므로) 무심하지는 않다(둔한 주제에 소심하므로). 중요한 것은 오직 지금/여기hic et nunc 뿐이라고 주장하는, 일종의 세월아내월아주의자라고나 할까.
새해를 맞으러 남불의 리옹에 갔다가 1일 아침에 돌아왔다.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 파리는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며 툴툴거렸는데, 참 이상도 하지, 그곳서 머물던,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심각하게 나쁘진 않은 호텔의 침대보다, 돌아와 누운 내 작은 다락방 매트리스가 더 편하고 아늑하다. 잠자리의 질이나 취침 시간의 양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전자에서의 잠이 후자의 그것을 앞섰어야 했거늘.
둘째날엔 눈이 많이 왔다. 영하 6도의 날씨에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고도의 르네상스풍 돌길을 활보하는 일은 추위를 좀처럼 타지 않는 내게도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눈' 덕분에 눈이 배로 즐거워졌으므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라며 내민 누군가의 손에 마음은 그 어디에도 비할 바 없도록 포근해졌다.
몇 가지 다짐을 주고 또 스스로도 했다. 나쁜 습관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 그리고, 대부분의 나쁜 습관들이 그렇듯, 끊기 어려운 것들. 그런 종류의 습관을 끊겠다는, 실현하기가 불가능하진 않지만 결코 쉽진 않은 다짐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게 낫다. 시나브로 줄여가겠다는 것, 그것이 나의 다짐이다.
그 중 하나는 이 블로그에 관한 것으로, 포스팅의 불규칙성, 특정 카테고리에의 편중, 뭐 이런 것들을 줄이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더불어 '것'이라는 의존 명사의 사용도 줄여야겠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포스팅을 하겠다"라는 게 '다짐'의 범주에 집어넣기에는 너무 손쉬운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은 일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독백의 형식이나 내용도 줄여야 할 듯하다. 어쨌든 이곳은 소통을 위한 공간 아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 다소 뜬금없고 생뚱맞긴 하지만 이 멘트로 지금의 이 포스트를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 2006년 올해, 이 블로그를 찾는 이들에게도 좋은 한 해가 되길 빈다.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