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2일생의 아이를 낳는 상상. 121212처럼 뭔가 의미심장한--모종의 규칙성을 지닌-- 주민등록번호로 시작하는 생년월일은 인류가 예수의 추정된 탄생연도와 지구의 공전 및 자전 주기를 기준으로 연대를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고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체계가 변치 않는 한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므로. 그러려면 2월에는 임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임신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무엇보다 논문은 당연히 그 전까지 끝나 있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야말로 이 해는 내 미천한 생애에서 기적의 해(annus mirabilis)이거나 적어도 완벽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푸앵카레 100주기를 맞아 그를 주제로 한 논문을 제출, 그에 관한 연구에 기여(!)하는 한편으로, 생물학적/인구학적 재생산에도 참여함으로써 인류 공영에 이바지한다... 상상인데 뭔들 못하랴.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