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제트에서

blogin.com · 2007-05-24

칸느에 와 있다. 줄서서 기다렸다가 영화 보러 들어가고, 들어갔다 나와서 급히 자리를 옮겨 다시 기다렸다 들어가고, 들어가서 가끔은 졸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며칠 째 반복하다 보니 이제 슬슬 지겨워진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일이면 돌아가야 할 날.

영화를 생각보다 많이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바닷가 한 번 내려가 볼 시간이 없었다니... 하루에 네 편이 한계치인 듯하다. 그것도 보러 들어갔다가 잠만 자고 나오는 경우까지 합해서. 오기 전에는 가만히 앉아서 하루종일 영화만 볼 생각에 신이 잔뜩 났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몸이 무척이나 피곤하다.

나는 줄리앙 슈나벨의 "잠수부(?)와 나비"가 참 좋았다. "밀양"은 내겐 너무 힘들었다. 보는데 고통스러워서 혼났다. "파라노이드 파크"는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미스터 론리"와 "넌 누구랑 사귀니?(영제는 저스트 어바웃 러브)"도 유쾌했다.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프레스 센터 내 컴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심지어 한글로 쓰는 데에도 아무 불편함이 없다.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배려가 참으로 놀라워서 다른 한국 기자분께 물었더니, 국제 영화제에서는 다 그렇단다.

칸느는 내가 본 그 어떤 프랑스의 도시보다 시크하다. 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한낮에도 성장을 한 사람들이 거리에 물결을 이루고 있다. 축제 기간이고 또 세계 각국의 '피플'들이 모여든 상황 때문이리라. 한 감독이 축제가 끝난 뒤 칸느에 며칠 더 머물렀다가 실망을 금치 못했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칸느와 카누아들은 축제 뒤의 공허함을 어떻게 견딜까? 사실 이것은 우문이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니까. 



- 사진은 파리로 돌아온지 한참만에 덧붙임. 마지막날 떠나기 직전 되는대로 찍었더니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위의 것은 그나마 가장 LA스럽게 나온 사진.
고양이 애호가들을 위한 보너스

무슨 가게였는지는 까먹었으나.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