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31일 일요일

주네, 당신은 멋쟁이!

blogin.com · 2004-10-31

장 피에르 주네와 오드리 토투 콤비의 신작 긴 일요일의 약혼식 Un long dimanche de fiançailles 을 봤다. 추리 소설 작가(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해서인지 이야기 구조가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했다. 그래도 프랑스 영화에선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화려한 CG와 특수 효과, 그렇지만 화려한 CG와 특수 효과만으로 승부하는 헐리웃 영화에선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통찰력과 세계관은 여전했다. 1차대전 당시의 전장과 20년대를 전후로 한 파리가, 그때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주제에 이렇게 말한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너무나 완벽하게 재현됐다. 듣자하니 감독이 헐리웃 자본으로 만들면서도 프랑스의 방식과 배우를 고집했다던데, 그저 놀라울 뿐.

이 영화에서 가장 새로운 발견은 조디 포스터였다. 그녀가 어떻게 카메오로 출연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렇게 불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었는지 (그녀는 20년대 초반의 프랑스 아낙 그 자체였다!), 어떻게 몇 분 안 되는 출연 분량 중 상당 부분을 그렇게 강도 높은 노출신에 할애했는지, 아직까지 미스테리다. 어쨌든 극중에서 나온 대사대로 "웃을 때마다 양볼에 가로가 생기는" 그녀는 참 멋졌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이 영화 역시 기억, 그러니까 전쟁에 관한 기억, 더 넓게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네크는 전사했다"라는 역사적 사실이 마틸드의 역추적을 통해 재구성되면서 해체되다가 결국에는 거짓으로 판명된다. 마네크와 같은 참호에 있었던 다른 참전 군인들의 구술이나 편지와 같은 사적인 기록물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구성된다. 역사가의 임무는 끝이 없다는 교훈.

—박쥐

2004년 10월 29일 금요일

Before Sunset 을 기다리며

blogin.com · 200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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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서 비포 선셋 은 언제 개봉할까? 하품의 포스트를 보고 보고싶은 마음이 너무나 강렬해졌다. 그리고 비포 선라이즈 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이 세상에 전쟁이란 게 존재한다는 게 참을 수 없이 싫다"는 셀린의 단 한 마디에 감화되어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그들이 쿨하디 쿨한 헤어짐의 방식을 언젠가 써먹은 적이 있고 앞으로도 한 번쯤은 써먹을 용의가 있다. 말 때문에 고생할 때마다 6개월동안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한 것이 고작인데도 너무나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던 셀린을 떠올리면서 한층 더 깊이 좌절하곤 했다. 
 
이제 그만. 말은 아껴 둬야지. 영화를 본 다음으로 미뤄 둬야지. 실은 그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도, 뭐, 개의치 않으련다. 9년 만에 영화 속에서 만난 그들이 되짚어 가는 기억들이 그에 대한 나의 9년 전의 기억들 역시 되살려 줄 것이므로.

그런데 왜 갑자기 오드리 햅번이냐고? 줄리 델피와 오드리 햅번,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그렇지만 비포 선셋 에서의 저 줄리 델피를 보면서 오드리 햅번을, 그녀의 "문리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보니 창가에서 다리를 벌린 채 노래를 부르는 저 모습, 꽤나 도발적이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직접 노래를 부른 경우는 수없이 많을 터. 그 중에서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들은 매력적인 여배우들이 저렇게 나직한 목소리로 반주가 없거나 거의 없이 부른 장면들이다. 머잖아 비포 선셋 을 보게 된다면, 그때부터 줄리 델피는 아마도 그렇게 내 기억에 남은 세 번째 배우가 될 것이다.
 
오드리 햅번에 이은 두 번째 배우는 잔느 모로. 쥘과 짐 에서 그녀가 새침하게 부르던 그 노래는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어쩜 그렇게 딱 자기 생긴대로 부를 수가 있을까. 이번에 찾아 보니 이 노래의 제목은 Le Tourbillon de la vie (삶의 소용돌이).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를 때의 표정이 정말로 압권이었는데, 아쉽게도 동영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음성으로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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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hansons' target='_son'>http://pgoh.free.fr/french_songs.php>Chansons françaises (French Songs)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