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주네와 오드리 토투 콤비의 신작 긴 일요일의 약혼식 Un long dimanche de fiançailles 을 봤다. 추리 소설 작가(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해서인지 이야기 구조가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했다. 그래도 프랑스 영화에선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화려한 CG와 특수 효과, 그렇지만 화려한 CG와 특수 효과만으로 승부하는 헐리웃 영화에선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통찰력과 세계관은 여전했다. 1차대전 당시의 전장과 20년대를 전후로 한 파리가, 그때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주제에 이렇게 말한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너무나 완벽하게 재현됐다. 듣자하니 감독이 헐리웃 자본으로 만들면서도 프랑스의 방식과 배우를 고집했다던데, 그저 놀라울 뿐.
이 영화에서 가장 새로운 발견은 조디 포스터였다. 그녀가 어떻게 카메오로 출연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렇게 불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었는지 (그녀는 20년대 초반의 프랑스 아낙 그 자체였다!), 어떻게 몇 분 안 되는 출연 분량 중 상당 부분을 그렇게 강도 높은 노출신에 할애했는지, 아직까지 미스테리다. 어쨌든 극중에서 나온 대사대로 "웃을 때마다 양볼에 가로가 생기는" 그녀는 참 멋졌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이 영화 역시 기억, 그러니까 전쟁에 관한 기억, 더 넓게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네크는 전사했다"라는 역사적 사실이 마틸드의 역추적을 통해 재구성되면서 해체되다가 결국에는 거짓으로 판명된다. 마네크와 같은 참호에 있었던 다른 참전 군인들의 구술이나 편지와 같은 사적인 기록물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이 구성된다. 역사가의 임무는 끝이 없다는 교훈.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