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보는 밤

blogin.com · 2004-10-16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 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 윤동주가 1941년에 쓴 시 "돌아와 보는 밤"의 전문.
햇살이 보내온 새 정본집 (홍장학 엮음,
<정본 윤동주 전집>, 문학과지성사, 2004) 에서 옮겨 쓰다.
햇살, 고마워~!!

- 사진은 어느날  저녁 내 좁은 창 사이로 들여다 본 하늘.
초승달 하나만으로 "피로롭은" 낮을 살짝이나마 묻을 수 있는 것은
하늘과 가까운 다락방 하나 차지하고 겨우 살아가는 이의 특권이다.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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