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의 "편지"를 듣는 묘한 상황

blogin.com · 2009-12-21

루시드폴 새 앨범과 그가 마종기 시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과 박홍규 선생의 창조적 진화 강독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값으로 따지자면 꽤 나간다는 도자 박물관 도록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음식물을 싸들고 오신 엄마는 옆에서 10대 청소년이나 입을 법한 츄리닝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며 입은 채로 잠들어 계시고 바로 그 엄마와 샴페인과 연어와 빈대떡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서 채 마치지 못했던 집안일을 끝내고 이제 겨우 남은 또 다른 일을 마치려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가끔 네가 생각날 땐 조금은 미안했었어 있잖아 사실 난 더 높은 곳을 보고 싶었어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었어 사실 난 그래도 네가 보고 싶었어 보고 싶어서 미칠 뻔했어 있잖아 울지 않으려 했는데..." 라는 브로콜리너마저의 "편지" 노랫말이 어쩜 그리 애달피 들리는지 하마터면 눈물이 툭 떨어질 뻔. 내년이면 환갑인 엄마를 옆에 두고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긴 내 눈에서 하마터면 눈물이.  

—박쥐

마리아

blogin.com · 2009-12-15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 또한 복되시도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마리아의 존재는 내게 늘 의문의 대상이었다. 그에 반해 삼위일체에 관해서는 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하나의 같은 대상을 일컫는 세 가지 다른 이름이라 받아들이면 그걸로 충분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성체? 그건 그저 상징일 뿐이다. 그게 다른 불필요한 가설을 만들지 않고 저 "신비"를 이해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명론의 "칼날"을 들이대어 재단하기에는 마리아의 존재론적 위치는 꽤나 복잡미묘하다. "동정녀"가 뭘 뜻하는지 모르던 시절에야 "동정녀=성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었다 (뭐 아주 틀린 건 아니겠다만). 그리고 노년의 사라에게 아이를 점지할 능력 정도는 당연히 갖추고 있는 신이 마리아에게 아이를 잉태케 하는 것 쯤이야 별 일도 아니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을 노릇이다. 그러나 생명 탄생의 신비/비밀을 알게 된 후로 나는 이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도대체 왜 로마 카톨릭 교회는 예수를 "동정녀에게 잉태되어 나시"게 함으로써 상식과 과학 법칙으로부터 벗어난 무리한 교리를 만들어야 했는가? 

인간으로서의 속성과 신성을 동시에 갖도록 하기 위해서? 신과 인간의 결합에서 나온 인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신과 인간의 결합에서 나온 인물들은 

—박쥐

너무도 쉽게 씌어진 시

blogin.com · 2009-12-09


혹은, 윤동주 텍스트 컴필레이션...

···
주의 : 원작을 심히 훼손한 여지가 다분하며 그렇다고 창조적으로 모방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니, 남아있는 최소한의 기대조차 버리고 대신 최대한의 관용을 준비할 것.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는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피로롭은 일은 아직 끝내지 못하였으나
잠시 잊고 그대를 생각하며
부끄러운 시 한 줄 적어 볼까

사랑과 땀내가 포근히 담긴
학비 봉투를 받아들고
대학 노-트를 끼고
그리 늙지는 않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세상 사는 일이 어려운 줄
그래도 조금은 알겠고
시를 쉽게 쓰는 일이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으니

그런데도 나는 왜 늘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점이
그렇게도 많은 걸까

나는 다만 무얼 바라
자꾸만 홀로 침전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곧 비가 그치고
별이 바람에 스치우겠지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기에
내 마음은 너무도 무디어져 있다

이제,
무뎌진 마음으로나마 별을 노래하고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다시,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언젠가 비가 그치고
별이 지고 새벽이 오면

아마도 멀리서 그대는
슬픈 사람 모양을 하고
반석을 지고 나타나리니

그때 하늘은 다시 별로 가득차
만물이 그대의 시를 노래하리라
어느 왕조의 욕된 유물도
봄눈 녹듯 사라지리라
방에 따라 눕던 백골도
곱게 풍화하리라

—박쥐

나는 들었지 네가 보고 있는 걸

blogin.com · 2009-12-03



그림 : Jad Fair in yolatengo.com

Yo' target='_son'>http://yolatengo.com>yolate ... .com</a></P>
@@||Yo La Tengo - I Heard You Looking 에 대한 어줍잖은 오마주||close

나는 듣는다 네가 보고 있는 걸
네게도 보이는지 너를 듣는 내 소리가

한심하다 시선을 흘길 때도
한 눈 가득 애정을 담아 바라볼 때도
네 눈동자는 내 귀로 들어와
끝내는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흘러 들어와

별이 된다

그렇게 별이 하나둘씩 박힌
내 마음은 어느새 은하수 되어

별들이 나고 지고
성난 듯 부딪쳐도 보다가
닿을 듯 말 듯 돌고 돌며 애태우다가
끝내는 몸을 주고 받아  

새 별을 만든다

그렇게 생긴 별들은
다시 네 눈동자로 내려와 또렷이 박혀

네가 바라볼 때마다
늘 눈이 부신 나는
눈을 감고 귀를 종긋 세운다

그렇게 듣는다 네가 보고 있는 걸
네게도 보이는지 너를 듣는 이 소리가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