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새 앨범과 그가 마종기 시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과 박홍규 선생의 창조적 진화 강독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값으로 따지자면 꽤 나간다는 도자 박물관 도록과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음식물을 싸들고 오신 엄마는 옆에서 10대 청소년이나 입을 법한 츄리닝이 그렇게 편할 수 없다며 입은 채로 잠들어 계시고 바로 그 엄마와 샴페인과 연어와 빈대떡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서 채 마치지 못했던 집안일을 끝내고 이제 겨우 남은 또 다른 일을 마치려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가끔 네가 생각날 땐 조금은 미안했었어 있잖아 사실 난 더 높은 곳을 보고 싶었어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었어 사실 난 그래도 네가 보고 싶었어 보고 싶어서 미칠 뻔했어 있잖아 울지 않으려 했는데..." 라는 브로콜리너마저의 "편지" 노랫말이 어쩜 그리 애달피 들리는지 하마터면 눈물이 툭 떨어질 뻔. 내년이면 환갑인 엄마를 옆에 두고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긴 내 눈에서 하마터면 눈물이.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