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우회할까? 푸앵카레의 중요한 수학, 천체역학, 철학에서의 논의들보다는 요즘에는 아무도 읽지 않는 우주생성론을, 푸앵카레보다는 데카르트나 콩트를, 데카르트나 콩트의 중요한 저서들보다는 그들의 주변적인 저작들을, 나는 읽는다.
이렇게 계속 돌고 돌다 보면, 나중에 뭔가 보일까? 그러다 예측하지 못했던 전혀 엉뚱한 길로 빠지게 될 수도 있지만. 마치 바슐라르가 '전과학적 정신', 즉 과학정신들의 인식론적 장애물을 솎아서 버리는 작업을 하다가, 결국 나중에는 그 장애물들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던 것처럼.
그렇지만 어떤 저자가 평소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그것이 그를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그의 사유를 보다 폭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간과하면 안 될 부분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코기토가 데카르트 철학의 구심점 역할을 함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사진은 에콜 데 보자르 학생들이 만든 데카르트 흉상이다. 잘 만들지 않았는가?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