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스캐너가 생긴 기념으로...
올리려 했으나,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구글링 검색 결과 나온 그림으로 대신해서 올린다.
검색 결과, 이 그림이 낭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타마라 드 렘피카가 자신의 딸 키제트를 꽤 많이 그렸다는 사실도. 원래 그림이 내가 가진 정사각형 모양의 엽서와는 달리 길쭉한 직사각형의 판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 그림을 보면 정말 책 읽는 여자가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저 꼬마 여자애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제목이 "핑크빛의 키제트"인데, 그림에서 핑크빛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어쩌면 원작에서는, 아니 좀 더 그럴듯한 복제판에서는 키제트의 옷이 분홍색을 띠고 있을지도). 작가가 이 색조를 즐겨 썼던 것 같긴 하나...(그렇지만 그녀는 더 밝은 그림들도 많이 그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책읽는 딸래미를 이토록 어둡게 그렸단 말인가.) 원경을 보면 더 암울해진다. 모나리자의 뒤태를 장식했던, 평화로운 목가 혹은 시골 풍경이 산업화된 도시로 대체되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저 꼬마 여자애가 감싸는 게 아니라 압도하고 있다. 역시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낭트
낭트에 발길을 디딘 것은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7년 전의 일.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한 화랑에서 자신이 그린 거라며 건넨 엽서 하나 뿐. 덕분에, 처음에는 분명 조용하고 깨끗하며 어느 정도 포근하기까지 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건만, 지금은 뭔가 뿌옇고 아련한 이미지만 남아 있다. 안개에 싸인 도시에 대한 안개에 싸인 기억.
그러고 보니 작년에 본 에마뉴엘 무레의 영화 "제발 키스 한번만 해주세요 (Un baiser, s'il vous plaît)"에서 낭트가 등장했었다. 거기에서 업무차 낭트에 가게 된 여자 주인공은 우연히 만난 근사한 한 그 지역 남성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키스 한 번만 하면 안되냐고 묻는 남자에게 그녀는, 바로 그 단 한번의 키스로부터 시작된, 자신의 친구가 겪은 비극 하나를 길게 들려준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그와 작별의 키스를 나누게 된다.
영화를 볼 땐 그녀가 남편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그녀의 정조 관념 때문이라기보다는, 배경인 낭트라는 도시가 사람 하나 없고, 자못 경건해 보이며, 도대체 우환이라곤 겪어보지 않은 듯한 탓도 있을 거라고 추측하면서. 그 어떤 종류의 모험(aventure)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그 도시.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작별의 키스 이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영화가 단지 침묵하고 있었을 뿐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사람은 때로 도덕적 가치나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가. 그곳이 안개에 싸여 있다면 더더욱 그럴 테다.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