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인상

blogin.com · 2005-04-21



1. 새 시계

아침에 새가 째깍째깍 하고 울었다

지금도 옆에서 째깍대며
쪼아댄다 조여댄다

그리고 어느덧
타들어 가고 있다

2. 비둘기의 정사

퍼덕이며 사랑을 나누는 비둘기를 보았다
도심의 빌딩 밑 처마 아래
그 안타깝고 아득한 곳에서 

서로를 탐하는 거친 날갯짓
부리로 서로를 쪼는 뾰족한 입맞춤
상처를 안기고 다시 상처난 자리를 보듬는 애무
그들의 날개는 하늘을 날 때보다 자유로웠다
그들의 부리는 먹이를 먹고 새끼를 먹일 때보다 처절했다

11년 전 어느 더운날
꼬리를 맞대고 왱왱대며 춤을 추던 잠자리 한 쌍도
그렇게 자유로웠을까
7년 전 어느 여름날 아침
무표정하게 교미하던 강아지 한 쌍도
그렇게 처절했을까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 어느 여름날
너도, 또 나도,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우리도 그렇게 처절할 수 있었을까

—박쥐

안드레아 드월킨

blogin.com · 2005-04-13



강가를 따라 뻗은 차도를 지나 걸으며 문득 든 "그래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 그 생각에, 아니 뜬금없는 '살아야겠다'라는 결심보다 '그래도'가 갖는 무게에 흠칫 놀라서 서둘러 돌아와 앉은 저녁, 안드레아 드월킨의 부고를 듣고 http://books.guardian.co.uk ... 457408,00.html> face=바탕 color=#333399>가디언紙의 기사 하나 http://www.andreadworkin.net/memorial/> face=바탕 color=#330099>추모 홈페이지 의 글들을 읽으며 눈물을 훔치다.

살아야겠다.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러니, 칸트 선생 말대로,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아니, 이러니, 어찌 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쥐

미라보 다리

blogin.com · 2005-04-08


 문득 미라보 다리 생각이 나서
 두 정거장 앞에서 내려 역사를 나서니 
 마침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다리 아래로 여전히 세느강은 흐르고 
 

 강물이 다리 아래로 줄줄 흐르고
빗살들이 쿡쿡 찔러대는데도
 아무런 시심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슨 날선 결심이 든 것도 아니다

 어느새 몸에 칭칭 감긴 빗살이 
 혀를 낼름거리며 말했다 
 이래도 안 아플테냐
 좀 아파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 기세에 외투며 머리카락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축 늘어졌건만
 정작 나는 아프지가 않다 
 아프고 싶은데
 차라리 몸이라도 아팠으면 좋겠는데
 아파야 정신이 든다면 정말 아파야 하는데
 이 몸뚱아리는 아플 줄도 모른다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