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andre (남성혐오)

blogin.com · 2013-05-07

여성혐오를 뜻하는 misogyne의 반대어 남성혐오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다가 이 단어가 그 반대어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 그 자체로 여성주의, 나아가 여성의 역사를 증언하기라도 하듯.

기노gyno/gyne가 여성이고 그 반대인 남성은 andro이니 (그래서 androgyne은 중성 혹은 양성), 역시 misogyne과 같은 방식으로, "혐오"를 뜻하는 접두사 miso(혐오하다 라는 뜻의 동사 migein 에서 온)에다가 andro를 합성한 결과가 misandro 라는 것이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한 일. 그런데 문제는 "미조진"이 꽤 오랜 역사를 지닌 반면 (정확히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19세기 사전 리트레와 앙티도트 사전은 밝히지 않고 있다. 미조진 같은 상용어의 역사에 대해 일언반구 없다니, 이거야말로 정말 의아한 일이다. 참고로 두 사전은 내가 주로 참고하는 것으로, 둘다 단어의 어원과 역사에 관한 한 방대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다), 그 상대어인 "미장드르"의 역사는 불과 40년, 그러니까 1970년대 이후의 일이라는 사실. 즉 여성해방운동(MLF)이 대중적 지지와 기반을 확보하게 된 이후.

그래서 역사는 없고 대신 예문이 소개돼 있는데, 출처는 모두 ≪리베라시옹≫. 이 역시 ≪리베라시옹≫의 면면을 생각하면 놀랍지 않다. 중도좌파 성향이고, 여성이나 이민자나 LGBT 등 소수자 문제에 공감...이라기보다 차라리 호감을 감추지 않는 한편으로, 다른 언론에 비해, 뭐랄까, 편집이나 문체 등등에서 매우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유행의 첨단을 따르거나 혹은 유행을 선도한달까. 신조어 사용에 있어서 매우 과감하고 관대함은 물론이고. 예문은 기가 막힌 한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 및 여성(해방)운동에 대한 시선 일반과 관련해서.

   * Une femme misandre n’est pas forcement pour autant lesbienne. 남성혐오 여성이라 해서 반드시 레즈비언인 것은 아니다.
   * Et, ne vous en deplaise, contrairement a ce que vous disiez dans un de vos precedents messages, vous etes bien misandre. 언짢으실지도 모르겠지만, 말씀드리리다. 당신은 남성혐오자요. 당신이 예전의 글에서 말했던 것과는 반대로. [역자주: 맥락을 보건대 아마도 독자의 편지에서 발췌한 듯?]
   * Le terme ≪ misandre ≫, qui est son pendant, n’existe que depuis 1970, et la grande majorite des gens n’en ont jamais entendu parler. ["여성혐오"에 대해] 상대어인 "남성혐오"라는 말은 1970년에야 생겼다. 그리고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이 "미장드르"라는 단어는 여전히 아카데미가 편찬하는 사전인 Tresor (http://atilf.atilf.fr/dendi ... mbi.htm;java=no)에는 등록돼 있지 않다. 반면 같은 사전의 "미조진" 항목에는 이 단어의 역사가 간략히 소개돼 있는데,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 먼저 정의. [En parlant habituellement d'un homme] (Personne) qui a une hostilite manifeste ou du mepris pour les femmes, pour le sexe feminin. 주로 남성에 대해 쓰이는 말. 여자들, 여성 일반에 노골적인 적대감과 경멸감을 가진 사람.
   * 참고 사항. On ne releve pas d'ex. au fem. dans la documentation. 여성에 대해 쓰인 문헌상의 사례는 없었다.
   * 이 말이 아카데미에서 공인된 것은 1935년. 그러나  용례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 1564년 마르콩빌이라는 작가가  "여성의 적"이라는 뜻으로, 2/1827년 가텔이 "여성에 대해 혐오심을 가진 사람"이란 뜻으로 썼다. Empr. au gr. ≪qui hait les femmes≫, de ≪hair≫ et de ≪femme≫ (v. misanthrope). 인간(일반)혐오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합성된 단어 미조기네스misogynes에서 차용. 3/ Le mot reste rare jusqu'au XIXe s. 이 단어는 19세기까지 드물게 쓰였다.

고대 그리스 사회가 노골적인 남성우월주의에 단단한 성적 및 기타 소수자 차별 논리에 기반을 두었다지만, 과연, 여성혐오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서 대두되었을지는 다소 의심스럽다. 그 현상을 지시하기 위해 미조기네스라는 단어가 필요할 정도로까지. 미조기네스는 차라리 남성 동성애자들(의 일부)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 추측컨대, ≪향연≫ 등등에서 플라톤이 묘사한 바, 동성 파트너들에게는 한없이 매력적인 스승이자 애인이었을 것임에 분명하나, 저 유명한 "악처" 크산티페에게 살가웠을 리 만무하다.  

남성혐오도 그렇지만 여성혐오 역시 비교적 최근에 생긴, 이른바 "근대적"인 병리 현상이란 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양성 대립 구도가 가능해질 정도로 여성의 위치와 권리가 남성과 대등한, 최소한 비교가능한 정도까지 신장된 이후에라야 비로소 가능해진. 다른 한편으로, 이 "혐오"라는 정서 자체가, 좀더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말하자면 본능에 가까운 다른 정서 태도들, 이를테면 우울, 멜랑콜리, 나아가 애호/애착(필리아)이나 공포(포비아)와는 분명 다른 데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이고 사회(학)적인 심급에 좀더 가깝달까. 이드보다는 자아나 초자아가 감응하고 감내해야 하는 그 무엇.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