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 아일랜드로의 여행은 끝났지만 "이" 아일랜드로의 여행, 아니, 그보다 "이" 아일랜드에서의 유랑 생활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 유랑 생활은 그 "아일랜드로의 여행"보다 훨씬 더 힘들고 고달플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이제는, 정말로, 그 여행을 뒤로 해야 할 때. 이제는, 정말로, 그 여행을 하는 동안 발길이 닿았던 섬들 하나 하나가 판타지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 이제는, 정말로, 그 섬들 사이를 한가로이 그리고 자유로이 유영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벗어나야 할 때. 이제는, 정말로, 현실 속에서는 철저히 고립된 섬 안에 처박혀 그저 웅크리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
<아일랜드>를 보면서 <네멋>을 볼 때만큼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네멋>을 볼 때는 <아일랜드>를 볼 때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했던 것처럼, <네멋>의 섬은 사람들 사이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아일랜드>의 섬은 사람들 자체였다. 체인으로 간신히 연결돼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것, 그 섬에 간다는 것은 판타지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가 섬이라는 것, 그 섬들이 서로 가까이 닿기란 불가능하며 기껏해야 체인을 통해서나 연결할 수 있되 그 연결조차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네멋>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진 판타지고, <아일랜드>는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인물들을 통해 리얼리티를 지독할 만큼 생생히 그려낸 드라마다.
그렇게 이 지구는 수십 억개의 섬들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각 섬들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더욱, 체인들은 각각의 섬들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비록 그것들이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지라도. 심지어 오로지 상상 속에서 빚어내어 이어붙인 사슬에 다름 아닐지라도.
저 그림 (장해라님의 작품. MBC' target='_son'>http://mmsmo.imbc.com/BbsRe ... mp;WH=&MODE=>MBC <아일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속의 손들. 내 섬과 당신의 섬을 연결하는 체인들. 섬 하나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 비로소 손-체인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내 섬이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은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일랜드를 여행하는 내내 울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처음으로 또 다시(again for the first time!) 시작될 "이" 아일랜드에서의/로의 여행에서도, 울지 않을 수 있을 거다. 아니, 울지 않을 거다.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