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린다. -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없어도 상관 없어요. 뭐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단, 있으려면 제대로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없느니만 못해. 근데 그러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나라도 못 그럴 거니까. 그러니까 그냥 없는 듯 있는 걸로 칩시다.
- 지금부터 내 얘기 잘 들어요. 이 모든 건 다 꿈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은 꿈 속에서 나한테 "이건 꿈이야!" 하고 말해 주어야 해요. 그렇게 해야 비로소 이 꿈이 끝날 테니까. 그건 꿈을 깨는 마법의 주문이라구요. 그리고 그게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거구요. 필요하다면 뒤통수를 쳐줘도 좋아요. 그것까진 허락하기로 하죠.
답이 없다. 역시 아무도 없었던 게다. 결국 이 꿈을 깰/깨뜨릴 사람은 단 하나밖에 없었던 게다. 아님 그 꿈이 정말로 깨지지 않는 종류의 것이었거나.
* <소피의 세계>를 지은 요슈타인 가아더의 또다른 책 제목. 서점에서 이 책을 찾는데 "대략 난감"했던 기억. "저기요,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없어요?" 그런 방식으로 이 책을 찾기란 <이 책의 제목은 무엇입니까?>와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를 찾는 것만큼 어렵다.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