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3일 수요일

왜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blogin.com · 2005-02-23


오늘따라 이곳 바람이 유난히 매섭다 했습니다. 아침부터 눈발이 제법 오랫동안 흩날리길래 웬일인가 싶었습니다.

살얼음을 조심스레 밟아가며 힘겹게 집에 와서는 당신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미뤄둔 숙제를 마친 뒤에 열겠다고 다짐했었던 포도주 한 병을 따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당신의 팬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을 배우로서 좋아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이었다면 그 절망감과 안타까움을 어찌 달랠 수 있었겠습니까. 팬이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데.

당신이 재능있고 촉망받는 여배우였다는 사실보다 내 또래의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나를 참 아프게 합니다. 당신이 유서에 남긴 말들,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 하나 하나가 가슴 곳곳을 마구 후벼댑니다.

왜냐고는 묻지 않겠습니다. 부디 지금 계신 그곳에선 행복하시길.

—박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