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요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일제히
가슴에 아문 상처들이 눈을 틔우고
멍울진 상처는 망울을 터뜨린다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소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가시가 돋혀
가슴 곳곳을 헤집고 후벼대고
덧난 상처는 흐드러지게 피어오른다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심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파문이 일어
가슴은 부끄러움과 후회로 넘실대고
출렁인 상처는 푸르고 깊어진다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혼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돌연히
가슴 곳곳을 휩쓸고 지나고 나면
찢긴 상처는 산산조각으로 흩어진다
그러나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찬란하다
한번 지난 자리마다 수차례
가슴이 미어지고 사무치고 흔들리고 나면
남겨진 상처는 추억으로 총총히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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