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7일 토요일

기억이 쓸어간 자리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요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일제히
가슴에 아문 상처들이 눈을 틔우고
멍울진 상처는 망울을 터뜨린다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소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가시가 돋혀
가슴 곳곳을 헤집고 후벼대고
덧난 상처는 흐드러지게 피어오른다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심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파문이 일어
가슴은 부끄러움과 후회로 넘실대고
출렁인 상처는 푸르고 깊어진다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혼란하다
지나는 자리마다 돌연히
가슴 곳곳을 휩쓸고 지나고 나면
찢긴 상처는 산산조각으로 흩어진다

그러나 기억이 쓸어간 자리는 찬란하다
한번 지난 자리마다 수차례
가슴이 미어지고 사무치고 흔들리고 나면
남겨진 상처는 추억으로 총총히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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