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그것도 일이냐고 핀잔을 줄 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일이라면 일이었던 일 하나를 끝내고 돌아오던 지하철 안에서 봄내음을 맡았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온 도시 안에서 가장 음습한 공기로 가득찬 그곳에 봄이 가장 먼저 찾아들었을 줄을. 밖으로 나와 마신, 여전히 차가운 밤공기에서 포근함이 느껴졌다. 지하철 문틈으로 살살 들어온 봄바람은 어느새 나를 그렇게 에워 싸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또 일이 생겨 있다. 역시,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던 게다. 아니다. 봄날은 왔는데, 아직은 새벽인 게다.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