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새벽

blogin.com · 2005-03-13



남들은 그것도 일이냐고 핀잔을 줄 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일이라면 일이었던 일 하나를 끝내고 돌아오던 지하철 안에서 봄내음을 맡았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온 도시 안에서 가장 음습한 공기로 가득찬 그곳에 봄이 가장 먼저 찾아들었을 줄을. 밖으로 나와 마신, 여전히 차가운 밤공기에서 포근함이 느껴졌다. 지하철 문틈으로 살살 들어온 봄바람은 어느새 나를 그렇게 에워 싸고 있었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또 일이 생겨 있다. 역시,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던 게다. 아니다. 봄날은 왔는데, 아직은 새벽인 게다.
 

—박쥐

Liseuse 5

blogin.com · 2005-03-03

Jean Hélion, Lecture pour la fin des choses, 1979
Galerie' target='_son'>http://www.artnet.com/galer ... trigano.html>Galerie Patrice Trigano 홈페이지 에서 가져오다.

퐁피두에서 열린 장 엘리옹의 회고전을 보고 맘에 든 나머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갤러리를 찾아가 발견. 나의 "책 읽는 여인의 초상 콜렉션"에 합류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도다.

참고로 나는 이 사람의 이른바 구상 시기 작품들--엘리옹은 초기(1930년대)에는 추상 미술의 선두 대열에 섰다가 점차 구상/순수 회화로 돌아선, 그러니까 현대 미술사의 흐름에 역행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이 참 좋았다. 심지어 여성의 성기를 의도적으로 형상화한 것임에 분명한, 그래서 평범한 여성 관객에 지나지 않는 나로서도 여성의 성기를 연상할 수밖에 없게 만든 작가의 호박 페티쉬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물론, "그렇다면 그의 여러 작품들에서 호박만큼이나 줄기차게 등장하는 바게트는 남근을 상징하는 것일 텐데, 그것마저도 사랑하겠느냐?" 하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은 없지만. 나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에이,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너무 재미가 없어지잖아."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