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0일 화요일
피해망상도 무섭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
가해망상. 타인의 비난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경우에 보이기 쉬운 증상. 쉽게 자책하는 경향이 있다. "내 탓이오(mea culpa),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사도신경)로 요약되는 죄의식과 죄책감이라는 기독교 정신을 스스로 육화하기라도 한 양(실제로 기독교 정신을 체화하고 내면화한 데에서 비롯된 경향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개인사의 궤적을 볼 때 내 존재 자체를 부채로서 인식하고 모든 크고 작은 불행을 내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된 것은 기독교에 입문 이전의 기원적 사건이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특별히 도덕감이 투철하거나 도덕주의자여서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순전히 그리고 단순히 타인으로부터 받을지 모를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스스로를 비난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비난할 기회를 차단하거나 아니면 타인의 비난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그 유명한 방어기제. 그런데 이것이 과도해지면 과대망상(megalomania)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세상의 모든 불행과 악이 심지어 자신에게 비롯된 것인 양. 내가 무슨 결정권이라도 쥐고 대단한 영향력이라도 있는 사람인 양. "내탓이오" 신드롬의 징후가 보이거들랑 즉시 다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나약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미천한 존재임을. 사람들이 나 때문에 불행해지거나 불편해지거나 아니면 아주 사소하게는 불쾌해진다고 보기에 그들은 훨씬 건강하고 강건한 자아를 가졌거나 관대하거나 아니면 대부분의 경우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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