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펼쳐지는 하늘
나는 말하지
"아, 끝내준다
어쩌면 저리도 파란지"
눈을 뜨면
다가오는 너의 눈동자
나는 말하지
"아, 황홀하다
어쩌면 저리도 푸른지"
-- 에디뜨 피아프,
" 너의' target='_son'>http://www.leviolonmagique. ... es/plusbleu.wma>너의 눈동자보다 푸른(Plus bleu que tes yeux) " 중에서
제목만 보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중 솔직하디 솔직한 한 연시를 떠올릴 법도 하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대충 "장미는 당신의 입술보다 붉고, 꾀꼬리의 노래는 당신의 목소리보다 아름답다"는 얘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노래를 들어본즉슨, 역시 피아프는 피아프였다. 제목은 단지 생략된 어구였을 뿐, 그녀는 "너의 눈동자보다 푸른 건 상상할 수 없어, 너의 머리카락보다 금빛으로 빛나는 건 상상할 수 없어, 빛난다 해도 네 것만큼 부드럽지는 않을 거야" 하고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 그녀가 "눈에 뭔가가 씌지 않은" 채로 사랑 노래를 불렀을 리가.
아직까지도 노래를 부르면서 자기보다 한참 젊은 애인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그만큼 간절하고 애절하고 절실하면서도 행복에 겨워하는 눈빛은 본 적이 없다. 둘 사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봤더라도, 모자 관계로 착각하거나 함부로 "여자가 돈이 많다"는 식으로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래가 시작되기 전에 피아프가 읊조리는 말에는 뭔가 독특한 느낌이 묻어난다. 하늘이 푸른 건 sensationnel 한 거고, 너의 눈동자가 파란 건 merveilleux 하단다. 내 느낌이 정확하다고 하긴 어려우나, 사실 일상적인 어법에서는 저 두 형용사의 위치가 뒤바뀌어야 맞다. 하늘이 푸른 걸 두고 장엄하다고 말할 순 있지만 눈동자가 푸른 걸 두고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듯이, "섹시한"이라는 형용사를 사람이 아닌 자연의 대상에 갖다 붙이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일상 언어의 규칙을 파괴한다 해도 "시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것 이상이다. 하늘, 너의 눈동자, 푸른, 파란 등등의 관계가 너무나도 멋지게 도착/전도돼 있다. 눈에 뭐가 씌어도 단단히 씌면 그렇게 되나 보다.
작년은 피아프가 죽은지 40년이 되는 해였고, 이를 기념해서 파리 시청에서 특별전을 열었었다. 거기서 프랑스인들의 피아프에 대한 애정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그러한 애정에는 1940년대 점령기에 대한 그네들의 집단적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점령은 그네들에게 큰 충격이었는데, 피아프는 밤마다 무대에서 노래로 그 충격을 달래는 역할을 맡았고 또 아주 훌륭하게 수행했던 것이다.
전후 세대인 데다가 이방인이기까지 한 내가 그녀를 기억하는 방식이 그와 같을 수는 없을 터이나, 어쨌든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그녀가 더더욱 빛나 보였다. 이는 내가 "조국과 청춘"이나 "꽃다지"의 연가를 유독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가사가 진부하고 유치하더라도 그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다면 결코 코웃음칠 수 없는 노래들. 사실 피아프 정도면 굳이 그렇게 애써서 "사주는 식"으로 읽을 필요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이래저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어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후에 다시 읽고, 또 그보다 조금 지나서 또 읽는다. 마지막에 가서는 피식, 웃음이 나온다. 왜 내가 "센세이셔널"을 "센슈얼"로 해석했던 걸까? 어차피, 하늘이 파란 걸 두고 "센세이셔널하다"고 하는 것 역시 아주 자연스럽다고는 볼 수 없으니, 위에서 하늘이랑 눈동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적어놓은 게 아주 틀린 건 아니긴 하다.
고질적인 병, 즉 과도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버릇을 여지껏 버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우울해 하다가, "왜 하필 성적인 메타포로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니 살며시 유쾌해진다. 오해에 대한 변명(apologie)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오해에 대한 해명(eclaircissement)이다. 그 오해에 이유가 있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 target='_son'>http://www.leviolonmagique. ... siques/plusbleu.wma>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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