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짧은 여정의 마지막을 서점 나들이로 장식했던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비록 구하려던 책을 하나도 못 찾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계간지들이 여전히 계절이 변하는 속도와는 무관한 발간 행태(!)를 보이고 있다든지(7월 중순이 다 돼가는 마당에 여름호 찾기가 그렇게 힘들다니!!) 여러가지 반가운 번역서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는 등등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무엇보다도 날 기쁘게 했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선우의 새 시집이었다.
그 밖에 책에 관한한 유난히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는 나를 열광시키는 것들이 몇몇 있었다. 우선 창비시선의 북커버 디자인이 바뀌었다. 몹시도 깔끔하다. 경쟁사(?)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째 같은 디자인을 고수해 오고 있었던 데 반해, 창비의 <시선>은 그만하면 꽤나 자주 갈린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지의 시집들에 그려진 시인들의 인물컷과 뒷표지에 실리는 시인의 말을 좋아하지만.
<살림지식총서>도 무척 반가웠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으려는 것이 이 총서의 기획 의도라는데, 거기에서의 "지식"이 얕거나 편협한 수준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UFO에서부터 마피아나 조폭 등 참신한 주제들도 많고. 저자들이 모두 국내 학자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슷한 컨셉을 갖춘 책세상의 <우리시대문고>에 비하면 분량도 짧고 가격도 싸다.
사실 오늘의 나들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보와 영풍 두 "문고"들의 "변신"이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영풍의 약진과 교보의 몰락이었다. 교보의 분류 체계는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번에 보니 "남성소설"이라는 코너가 생겼다. "인터넷소설" 코너 옆이다. 시집을 위한 진열장과 진열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영풍은 예전에 비해 형편이 아주 많이 나아진 듯했다. 한결 차분해진 느낌. 심지어 교보보다 넓어 보였다. 다갈색 목조 서가들도 눈에 들었다.
추가 사항. 생각나는 대로.
1.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실린 박남철의 시는 정말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다. 젠장. 난 <세계의 문학>을 좋아했었다구.
2. 오늘 드디어 수중에 넣은 김광석 <다시부르기2> 중 "불행아. 그리고' target='_son'>http://www.gaseum.co.kr/300 ... 宣�. 그리고 작곡자 김의철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불행아.' target='_son'>mms://wm-001.cafe24.com/ba ... _kec.wma>불행아. 말하자면 이 노래의 오리지널 버전인데, 1974년 "저 하늘의 구름따라"라는 제목으로 발표됐었단다. 그리고 결국 코스모스의 앨범은 구하지 못했다.
3. 오늘 대학로에서 청계천을 거쳐 을지로로 진입하려다가 그만... 시장이 바뀌거나 시장의 에코파시스트 이데올로기가 바뀌기 전까지 다시는 서울 땅을 밟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4. 살림지식총서로 나온 이기상 선생의 <이땅에서 우리말로 철학하기>는 약간 실망이다. 선생 특유의 언어에 대한 세심한 감각을 제외하면. 물론 동양의 고전들에 뒤늦게 눈을 떠 새삼스레 "우리 철학"을 강조하는 서양철학 전공자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들의 그러한 고충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서양은 이러한데 동양은 저러하며, 현대의 모든 병리 현상은 서양의 이러함 때문이니 동양의 저러함에 호소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식의 이분화나 단순화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게다.
5. 서광사의 플라톤 전집 출간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못 본 새에 <크리톤...>도 나왔다. 근데 계속 하드 커버로만 낼 셈인가? 박종현 선생의 역주도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6. 계간 <문화과학>의 표지도 바뀌었다. 근데 제호의 글씨체가 좀 이상하다. 안 어울린다.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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