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5일 월요일

Tu me manques

blogin.com · 2004-07-05

... 방금 위에 쓴 글을 읽고는 깜짝 놀랐더랬어, 내가 세 달 전에 저랬나, 저게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어서. 다시 읽어보니 참 틀린 곳도 많구나. 웬만한 것들은 읽으면서 고쳐놓았는데, manquer에 관한 부분은 고치지 못했어. 이 동사의 정확한 쓰임새를 알게 된 건 글을 쓰고 난 이후의 일인데, 용법을 제대로 알고 나니까 오히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불어로 옮길 자신이 없어지더라구. 아마 불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들도 그럴걸?
 
불어는 참 이상한 언어야. 의인화형 동사가 참 많이 쓰여. 하다못해 “나 피곤해”고 말하려고 해도, 피곤한 당사자가 아니라 피곤하게 만드는 어떤 것--사물이나 사람--이 주어가 되거든. 영어에서는 수동형이 쓰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피곤함을 느끼는 당사자의 주격으로서의 위치는 유지되는데 말이지. “그리워하다”도 그런 면에서 불어를 배우는 많은 외국인들이 아주 많이 낯설어 하는 표현 중 하난데, 내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봤어(이곳 불어 선생들이 자기네들의 불규칙적인 문법에 규칙이나 이유를 갖다 붙여서 설명하려는 자세(!)가 참 인상적이었거든. 라깡의 l'explétif ne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돼). 내가 널 그리워 하는 건, 내게 있어야 할 네 부분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알다시피 manquer의 또 다른 뜻은 '누락되다', '생략되다'니까). 내 안에서 네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 네가 날 빠져 나갔다는 것. 어쩌면 이네들의 방식이, "I miss you" 나 "난 네가 그리워"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리워하다”를 가장 절절하게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지도 모르겠어.


- 아마도 부치지 못할 편지(2003~2004) 중에서 발췌






내가 계속해서 빌빌대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몇 주 전에 내린 결론은 향수병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어느 곳에서든지 "낯선 자"로 살아왔던 내게는 그저 낯설기만 한. 아니,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내게는 향수병이 현대 의학으로든 미래의 의학으로든 고칠 수 없을 뿐더러 평생동안 달고 살아야 할 무서운 병일수도. 그래. 그리움의 대상 같은 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한없이 "모호"한 채로 영원히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주체"의 그리워 하는 "상태"만이 있을 뿐.

아, 하룻밤만 자면 이곳과도 잠시나마 안녕이다.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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